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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기저귀' - 1건

  1. 2007/01/25  훈남과 기저귀 (6)

훈남과 기저귀

Posted by minvon on 2007/01/25 02:23
Filed under IBICF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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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자비율이 아주 높은, 이상하게도 이상적이지 못한 성비율을 가진 우리학원은...-_-
공부에만 신경쓰게 해주는 아주 자상한 학원이랍니다.

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치않은 남학생 두명이 새로 우리반에 들어왔습니다.
오호라- 두 남학생 모두 키도 크고 깔끔한 페이스에...
우리반 언니 , 동갑, 동생들은 모두 "와- 남자다" 라는 분위기에
침발라 놓는 소리가 강의실을 휩쓸어 가고 있었습니다.

그러나 그 중 한명은 여자친구분이 계신다기에 pass-,
다른 한분은 뭔가 범접하기 힘든 미스테리적 분위기.

그렇게 몇일 수업이 흐르고 흐르고 흐르던 어느날.
뭔가 미스테리적 분위기의 남자분이 여느날과 다름없이 강의실로 들어왔습니다.
다른날과 다름없이 흐뭇한 눈길들이 그 남자분께 꽂히던 중,
의아한 물체 하나에 흐뭇한 눈길들이 의아한 눈길로 바뀌었지요.

그건 바로 남자분 손에 들려있는 기저귀 한 팩.

무려 "뽀송이 50매"라고 크게 적힌
아기키우기 베테랑 10년차 아줌마가 아니어도,
이제 갓 결혼한 새댁이 아니더라도,
온 국민이 모두 보면 알 수 있을만한 기저귀 한 팩!!! 이었습니다!


순간 드는 생각들은 모두 하나.

" 애 아빠?! "


- 아냐. 애 아빠 치고는 너무 어려보이자나. 기껏해야 25정도 밖에 안보이는데?
- 어머 언니! 요새 일찍 결혼하는 사람들은 엄청 일찍 하잖아~
- 혹시 모르지. 사고친거아냐?!
- 에이~ 누나가 심부름 시킨거 아닐까?! 조카 기저귀사오라고 했나보지~

의혹의 눈길들을 뚫고 그 남자분은 아주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으신 후, 그 기저귀를 모두가 잘 보이는 창틀에 올려놓았습니다. 더군다나 몇번 떨어뜨리기도 했는데 전혀 당황하는 기색없이 다시 올려놓으시는 센스까지...!!!
너무도 당당한 저 모습에 우리들의 의견은 둘로 갈렸습니다.

1. 애 아빠다. 토끼같은 자식을 굉장히 사랑하고 기저귀 따위에 챙피해하지 않을 젊은 애 아빠일거다.
2. 아니다. 누나 심부름이다. 그러니까 오히려 더 당당할 수 있는거다.

온갖 추측과 망상이 난무하는 가운데 수업이 끝났고 이렇게 궁금증은 묻혀져버린다고 생각할 즈음.
호기심 왕성한 친구가 예리한 눈으로 다시금 확인하더니 깔깔대며 웃더라구요.


-왜왜왜왜왜왜? 왜 그래?! 왜왜-


"야야야- 저것봐. 저 기저귀 팩... 밑에 자세히 봐. "
"왜~ 뭐가 있다고 그래?"

...

"야. 저기 왠 강아지가...."

그런거죠. 애기 기저귀가 아니고 애견 배변패드였습니다.
으하하하-
우리반 언니, 친구, 동생들은 뭔가 허무한 마음에 한숨만 푹푹 쉬다가 서로 웃어버렸습니다.
우리끼리의 억측과 오해로 굉장히 미안한 마음도 들었구요.
한편으로는 이 황당한 에피소드가 어이없어 웃기기도 했습니다.


요새 재미로 돌아다니는

캠브릿지 대학의 연구결과처럼

글자에 국한된것이 아닌 사물이나 그림에도 그러한 효과를 낼 수 있는걸까요?

아니면

나무를 보고 숲을 예상해버리는 저희들의 물색없는 머리의 한계일까요.



어쨋거나 저쨋거나.
아마  이 글은 절대 못보실거라 생각되지만...^^
이 자리를 빌어 온갖 오해와 망상한것들을 사과드리고 싶습니다.
그 강아지는 참 자상한 주인을 둔거 같네요.

2007/01/25 02:23 2007/01/25 02:23